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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하이원포커 덧글 0 | 조회 19 | 2023-05-31 20:01:13
빈목도  

“문 회장님께서 걱정이 많으시더라고요.”

조성한은 손으로 턱 끝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걱정을 덜어드리려고요. 은혜를 갚는 방법으로는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은혜를 갚는 게 아니라 복수를 하겠다는 소리 같은데?”

“문영란 씨를 향한 복수는 맞아요. 솔직히 내가 검사가 된 것도 당신 때문이니까.”

영란은 피식 마른 웃음을 지었다.

일개 검사가 작정한 듯 자신을 겨냥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았다. 그런 목적이 있으니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회유해도 넘어오지 않았던 거였다.


“명진 그룹이 썩은 데가 딱 한 군데가 있더라고요. 그것만 도려내면 괜찮아질 게 보여서 제가 문 회장님을 좀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도와주는 게 아니라 비수를 꽂는 거겠지.”

“문 회장님께 못 들으셨습니까?”

마치 약을 올리듯 성한이 실실 웃었다. 그를 보는 영란의 입술이 비뚤어졌다.

그러니까 동생인 문 회장은 지금 조성한의 손을 잡고 저를 쳐내려 한다는 뜻이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말문이 막힌 건 조성한이 던진 다음 말이었다.


“오주환 사장이 협조하기로 했어요. 아주 성실하게.”

 

* * *



― 명진 재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 문영란 이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성한 검사는 문영란 이사장이 측근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 이사장의 구속 영장 발부 여부는 오늘 자정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실 TV에서 들리는 뉴스에 은수는 화분을 닦던 손을 멈췄다.

화면에는 영란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과 명진 갤러리 전경이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수사가 문영준 회장에게까지 확대될 거라 예측하는 기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은수는 하이원포커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혁주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혁주 씨, 뉴스 봤어요?”

— 어. 봤어.

“결국 아버님도 조사를 받으시는 거예요?”

— 고모님이 저렇게 됐으니 피할 방법이 없어.

어떡해. 은수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아는 문 회장은 회사에 해를 끼칠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영란이 벌인 짓에 이름이 들어간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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